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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욱(zambony)(2015-05-23 03:15:39, Hit : 224, #6554) 
subject  목소리가 캐릭터를 만든다! - 머신로보트

목소리가 캐릭터를 만든다! (2) - 『머신로보트』

Text by ZAMBONY 2005. 10. 23. (성우사랑 제2호에 게재)


■ 어떤 작품인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세를 풍미했던 인기프로 중에 『머신로보트』라는 알 듯 말 듯한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원제는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으로, 1986년에 아시 프로덕션이 제작하여 테레비 도쿄에서 방영했던 일본 작품이다. 국내에는 1987년 1월부터 1988년 2월까지 대영비디오를 통해서 더빙판으로 출시, 전 18권 분량으로 완결되었다. 일본에서는 TV판 종결 이후 인기 캐릭터인 레이나 스톨의 후일담을 그린 비디오용 작품 『레이나 검랑전설』 시리즈가 나왔는데, 이 작품 역시 챔프영상에서 『마왕과 레이나』라는 제목으로 더빙판이 나온 바 있다. (단 제작회사나 출시 시기가 다른 탓에 성우진은 전면 교체되었다.)

작품의 내용은 단순명쾌하다. 수수께끼의 수령 가데스가 이끄는 악의 무리 갠드라(더빙판에서는 ‘캔드라’)가, 전설의 초(超)에너지 ‘하이리비도’를 노리고 기계생명체들이 사는 평화로운 행성 크로노스를 침공해 온다. 크로노스족의 용사이며 명망 높은 권법사범인 키라이는 이들에게 맞서 싸우다 중상을 입고 사망한다. 키라이의 아들 롬 스톨과 단 하나뿐인 혈육인 여동생 레이나 스톨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갠드라를 물리치기 위해 정처 없는 여행길에 오른다. 키라이의 제자이며 롬의 둘도 없는 친구들인 블루제트와 로드드릴, 그리고 레이나의 충성스런 하인인 트리플짐도 동행한다. 롬 일행은 가는 곳마다 갠드라의 위협이나 그 밖의 각종 사악한 무리들과 맞서 싸우며, 하이리비도의 비밀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

‘머신로보’는 본래 완구회사 반다이가 몇 년 전에 발매한 변신로봇 시리즈의 총칭으로, 타카라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대항하기 위해 보다 간단명료한 변형 구조와 미래적인 디자인, 그리고 염가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삼아 어린이들 사이에 침투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머신로보 시리즈의 홍보용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것으로서, 『전국마신 고쇼군』(국내명: 『챌린저』) 같은 거대 로봇 액션은 물론 『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국내명: 『요술공주 밍키』) 같은 미소녀 노선에서도 나름대로 실력을 보여 준 아시 프로덕션이 제작에 전면적으로 참가, 본래의 ‘머신로보’ 세계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닌 괴작으로 거듭났다. 대영비디오에서 출시한 국내판 『머신로보트』 또한, 당시 대영의 작품을 떠받치던 인기 성우진들이 총출동하여 원작의 매력을 더욱 배가시킨 걸작이었다.


■ 누가 출연하는가?

주인공 롬 스톨 역은 오세홍씨가 연기. 사실 필자가 이분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인식한 것은 90년대 중반에 『욕심쟁이 오리아저씨』(원제: 『Disney's Ducktales』)에서 보여준 쪼잔한 코믹연기를 통해서였던지라, 뒤늦게 더빙판 롬이 오세홍씨의 목소리로 지껄이는 것을 알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요즘 시청자들에겐 짱구 아빠라던가 톰 행크스, 빌리 크리스탈의 목소리로 더 익숙하겠지만, 오세홍씨도 한때는 멋드러지게 정의의 히어로를 연기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롬은 매회 위급한 순간에 홀연히 나타나 한바탕 설교를 퍼부은 뒤에 “그것을 사람들은 ○○라 한다!”라는 겉멋 넘치는 멘트로 마무리를 짓고 공격에 들어가는 버릇이 있는데, 물론 더빙판에서도 이 부분은 오세홍씨의 파워풀하고 패기 넘치는 연기를 통해 훌륭히 구현되어 있다. 오세홍씨는 성우분들 중에서도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을 갖추신 걸로 유명한데, 2차례 TV스페셜로 제작된 『아기공룡 둘리』에서는 마이콜 역으로 출연하여 「라면과 구공탄」이나 「하품」 같은 불세출의 명곡을 남기시기도 했다. (좀더 매니악한 독자라면 챔프영상판 『근육맨』의 오프닝을 원곡 못지않게 익살맞은 톤으로 불러주셨던 사실까지 기억하겠지만) 참고로 챔프영상판 『마왕과 레이나』에서의 롬 스톨은 김환진씨가 연기.

헤로인 레이나 스톨(실제 더빙판에서의 표기는 ‘레이너’) 역은 대영비디오의 간판스타이신 최수민씨가 연기. 『볼트화이브』(원제: 『초전자머신 볼테스 파이브』)나 『철인28호』 등을 통해 주로 건강하고 씩씩한 소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셨지만, 여기서는 정진정명의 미소녀 헤로인으로서 대활약을 보여주신다. 원판의 미즈타니 유코가 다소곳하고 정적(靜的)인 연기를 보여준 데 비해, 최수민씨는 훨씬 발랄하고 기운찬 음색이라 같은 캐릭터라도 인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당시 비디오를 지켜보았던 남성제군 중에도 분명 이분의 낭랑한 목소리로 외치는 “롬 오빠!”라는 대사에 가슴이 울렁거렸던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진짤까?) 최수민씨는 그밖에 게스트로 등장하는 어린 소녀나 소년 역도 맡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제트기로 변신하는 선글라스의 멋쟁이 검사 블루제트 역은 신성호씨가 연기. 일찌기 같은 대영비디오의 『로보트 타이맨』(원제: 『우주마신 다이켄고』)에서 방랑의 왕자 라이거 역으로 열연하셨고, 『컴바트라 브이』(원제: 『초전자로보 컴배틀러 브이』)나 『볼트화이브』에서 주인공 팀의 2인자와 비운의 적 사령관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동시에 맡아서 활약하시기도 했기 때문에, 대영비디오 팬에게는 익숙한 목소리일 것이다. 남성미 넘치는 굵직한 목소리가 이분의 무기인데, 침착 냉정한 블루제트 역도 인상적으로 소화해 냈다. 요즘 팬들에게는 주윤발의 기름진 목소리로 더 유명하겠지만, 이분에게도 나름대로 풋풋한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신성호씨는 그밖에도 데빌사탄 패거리 등의 자잘한 악역이나 마을사람 등의 게스트 캐릭터도 맡으셨다.

드릴탱크로 변신하는 괴력의 코미디언 로드드릴 역은 설명이 필요 없는 고(故) 장정진씨. 냉정한 블루제트와 항상 대비되는 코믹연기를 보여주면서도 일이 닥치면 훌륭하게 처리해 내는 믿음직한 동료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장정진씨의 연기도 그에 맞게 다소 방정맞고 경망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장정진씨는 그 밖에도 나레이터나 적의 중간보스 가르디 등등 비중 있는 역할을 동시에 맡아서 대활약을 보여주셨다. 물론 이쪽은 드릴의 익살스런 목소리와는 반대로 분위기 한껏 잡고 깊은 저음으로 처리하셔서, 듣기만 해도 등에 소름이 쫙 돋을 정도로 멋지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분의 업적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상황에 따라 헬리콥터와 자동차로 변신 가능한 마음 착한 머슴 트리플짐 역은 역시 대영비디오의 단골 출연진이신 노민씨. 레이나가 위험에 빠질까봐 늘 노심초사하면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지키는 충직한 하인으로, 장거리 이동시에는 반드시 레이나를 태우고 다닌다. 노민씨 특유의 애교 넘치는 연기가 정겨운 느낌을 주는 캐릭터. 노민씨는 그 밖에도 적의 최종보스 가데스나 기타 단역을 연기하셨다. 요즘 팬들에게는 『날아라 슈퍼보드』 시리즈의 저팔계로 더 유명하지만, 당시 대영비디오의 주요 작품들을 보면 이분이 출연 안 하시는 작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약방의 감초이기도 했다. (인원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무리하게 여러 역할을 맡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를 억지로 연기하는 경우도 많아서, 노민씨 본인에게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밖에 인상적인 성우들로는, 갠드라의 여간부 도라(원판에서는 ‘디온도라’) 역을 맡은 김성희씨와 악당 용병 데빌사탄 식스를 맡은 강구한씨를 꼽을 수 있겠다. 특히 김성희씨는 ‘민’이나 ‘루리’ 등의 세미레귤러급 게스트 미소녀들도 함께 연기하셨는데, 도라일 때의 허스키한 깡패 목소리와 소녀역일 때의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 사이의 갭이 워낙 커서 처음에는 동일인인줄 인식을 못할 정도였다. (『달타냥의 모험』에서 아라미스 역을 맡으신 것을 보고 비로소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정말 엄청난 연기 폭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여담이지만, 가르디와 도라는 갠드라 조직 내에서 대등한 중간보스로서 아웅다웅 대립하는 관계인데, 이들을 연기하신 장정진씨와 김성희씨는 좀 나중에 『달려라 하니』에서 홍두깨선생과 고은애여사 역으로 재회하게 된다. (싫다는 홍두깨를 고은애가 죽어라고 쫓아다닌 끝에 결국 결혼하게 된다는 전개인데, 이런 걸 생각하며 『머신로보』의 가르디와 도라를 다시 보면 개그도 그런 개그가 없다.) 또한 KBS 디즈니 극장의 초대(初代) 구피나 『날아라 슈퍼보드』의 삼장법사로 유명하신 김정경씨도 키라이 역으로 1편에만 잠깐 출연하셨는데, 이후 롬의 회상에 등장하는 키라이의 목소리는 노민씨나 장정진씨가 그때그때 바꿔가며 연기하셔서, 다시 김정경씨가 출연하는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 맺으며

애니메이션 『머신로보』는 어린이용 완구 PR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철저히 망각(?)하고 원래 컨셉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권법 액션과 겉멋 넘치는 히어로와 미소녀 캐릭터의 대거 기용이라는 엄청난 양념(?)을 남김없이 투입함으로써 상상을 초월하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결국 완구 판매가 부진하다는 반다이의 불평으로 인해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롬 일당은 뒤로 밀려나고 머신로보들이 전면에 나서는 전쟁 드라마로 바뀌지만) 대영비디오판의 『머신로보트』 또한, 다소 유치찬란한 주제가나 열악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원판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는 동시에 한국판만의 무언가를 첨가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성공의 뒤편에는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가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캐릭터들에게 빌려준, 성우 여러분의 노고가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인터넷에는 안 올리고 있었는데 오세홍님 추모특집 삼아 다시 공개합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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