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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욱(zambony)(2015-07-18 00:25:33, Hit : 299, #6558) 
subject  캡틴 선더볼트

원제: キャプテンサンダーボルト
저자: 아베 카즈시게[阿部和重] & 이사카 코타로[伊坂幸太郎]
역자: 오유리
출판사: 민음사(2015년 6월)

미래에 대한 전망도 야심도 없이 잔머리나 굴리며 야구연습장 관리인으로 근근이 먹고 살지만 사실은 의협심이 강하고 앞뒤 생각이 없어서 쉽게 위험을 자초하는 문제아 아이바 토키유키. 그와는 반대로 사려 깊고 가정적이며 성실하지만 의외로 무모한 구석도 있으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일에도 주저 없이 손을 대는 영업사원 이노하라 유. 어린 시절 소년야구팀에서 함께 활약하던 둘도 없는 친구였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헤어진 채 평범한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 두 남자가 어느 영화관에서 우연히 만난다. 한 명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중이고 다른 한 명은 무언가를 쫓는 중이다. 성격도 환경도 처지도 정반대지만 가족과 자기 자신을 위해 큰돈이 필요하다는 절박함만은 둘 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생각지도 않은 위험의 소용돌이가 닥쳐오면서 인생 역전을 노리는 두 친구의 대모험이 시작된다!

아베 카즈시게와 이사카 코타로가 4년간 공동집필하여 2014년에 일본에서 출간한 장편소설. 아베가 뛰어난 예술성과 정교한 세계관으로 주목받는 순문학 계열의 작가인 데 비해 이사카는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절묘한 글재주와 독특한 유머로 잘 알려진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작가라서, 어찌 보면 노는 물이 전혀 다른 두 작가가 만나서 이루어낸 유례없는 프로젝트 작품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원래 출판사에서 제의한 것이 아니라 작가들끼리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어 탄생한 작품이고 그냥 읽어서는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술술 흘러갈 정도로 매끈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작가들이 집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만하다. (원서를 낸 물 건너 출판사의 광고문구 중에도 ‘기적의 완전합작!’이라는 말이 들어갈 정도) 내용으로 보면 오락소설에 가깝지만 ‘순문학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를 넘어선, 그냥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소개가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2013년 7월 15일부터 7월 17일의 사흘 동안 두 남자가 벌이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참가한 작가들만큼이나 두 주인공의 내력이나 개성도 대조적인데 어린 시절의 추억과 악연을 공유하고 있었던 그들이 뜻하지 않게 세상을 좌지우지할 만한 음모에 말려들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가운데 벌어지는 온갖 해프닝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두 주인공의 갈등과 협력을 통하여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버디물인 동시에 야마가타와 센다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질주하는 로드무비의 요소도 갖추었고,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비밀과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이 난무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이기도 하다. 사이사이에 끼어들어 독자를 웃음 짓게 하는 대중문화 인용과 어린 시절의 감흥을 아련하게 불러일으키는 향수 어린 에피소드들은 보너스.

치사율 70%의 전염병,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영 중지된 아동용 액션영화, 전쟁 중에 추락한 폭격기의 수수께끼, 디지털 복사기의 맹점을 이용한 정보 가로채기, 경치는 아름답지만 출입이 금지된 호수, 알 수 없는 목적을 갖고 끈질기게 쫓아오는 은발의 암살자, 사채업으로 출세한 지역 유지의 대형금고, 피칭머신을 둘러싼 장난 등등 처음에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키워드들을 이런저런 조합으로 짜 맞추면서 점차 숨겨진 거대한 진실에 접근해 가는 작가들의 능수능란한 필력이 돋보인다. 소재나 캐릭터들이 저마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듯한 느낌을 주지만 그것을 진부하지 않게 요리조리 연결해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빚어내는 솜씨가 꽤 그럴싸하다. 두 권으로 분책할 정도로 분량이 꽤 되는데도 한 번 붙잡고 읽기 시작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맛이 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스토리와 이리저리 뒤얽힌 퍼즐, 간간이 터져 나오는 유머 등등 즐길거리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은 역시 두 주인공의 인간적인 변모다. 항상 사고만 치고 감정 표현에 서투른 문제아 아이바는 차차 책임감과 솔직함의 중요성을 배워가고 반대로 거래관계의 엄격함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압박 때문에 억제된 모습을 보여주던 모범생 이노하라는 차차 내면에 숨어 있던 과감함과 결단력을 발휘하게 된다. 과거의 사고로 어색한 사이가 되긴 했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우정과 이해심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에, 두 사람은 사소한 마찰을 일으키면서도 서로 보듬어주고 공동의 목적을 향해 돌진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건 전부 어릴 적 추억 덕분이야. 그 시절 보고, 듣고, 맛본 모든 것들이 지금 우리를 지켜 준 거야.”라는 이노하라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이 미래를 향해 전진하며 변화해나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생활에 치여서 잊고 있었던 과거의 반짝이던 시절을 재발견하고 소중히 간직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다만 완벽한 작품은 없다보니 여기서도 아쉬운 점이 몇 가지 눈에 뛴다. 두 사람을 쫓는 실질적인 위협이 은발의 암살자 한 명으로 국한되어 있고 도중에 끼어들어 뭔가 변수로 작용할 것 같았던 자위대나 경찰 등의 국가권력은 어느 새 주변부로 밀려나버려서 김이 샌다. 그리고 버디물의 한계이자 분량을 고려한 조치이긴 하겠지만 두 사람보다 먼저 사건을 추적하며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고생하던 모모사와 히토미가 주인공들을 모이게 하는 촉매→악역에게 잡혀가는 인질→클라이막스에 응원하는 구경꾼(…)으로 점점 비중이 축소되어 기능적인 역할밖에 맡지 못한다는 점도 안타깝다. 후반부에는 현장에서 뛰는 두 주인공이 어디까지나 평범한 시민이라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 설정을 모조리 뉴스 보도를 통하여 바겐세일하듯 풀어버리는 꼼수도 눈에 띄는지라 ‘저 세계에서는 어째 기자들이 너무 유능한 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러한 정보 폭로의 역할을 모모사와에게 맡겨서 보다 유기적으로 비밀을 차근차근 드러내는 연출이 있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ps1.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장면이 속출하는지라 만약 실사영화로 나온다면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 내 맘대로 망상 캐스팅을 해 보기도 했다. 은발의 암살자는 파워풀한 거구 때문에 극중에선 ‘고지라’로 비유되고 있으나 솔직히 터미네이터에 더 가까운 느낌인데 영화화할 때는 아예 아놀드 형님을 모셔오는 게 어떨까. (대사로는 푸틴을 닮았다고 하니까 좀 이미지가 안 맞으려나)

ps2. 그와 관련하여 한때 아이들의 우상이었으나 범죄자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초야에 묻혀 사는 전직 선더레드 아저씨로 오다기리 죠를 출연시키면 대박날 듯. (안하겠지만)

ps3. 제목의 ‘캡틴 선더볼트’는 19세기 호주의 유명한 탈옥수 프레드릭 워즈워스 워드의 별명이지만 극중에서 두 주인공이 좋아하는 가상의 1995년작 특수촬영 드라마 『번개 전대 선더볼트』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며 역시 두 주인공의 추억 한 켠을 차지하는 1974년작 미국영화 『선더볼트Thunderbolt and Lightfoot』(한국 제목은 『대도적』)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전설적인 은행강도 선더볼트(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그를 동경하는 날건달 라이트풋(제프 브리지스)이 벌이는 모험활극인데, 남자 2명이 범죄에 휘말려 도주하다가 사고를 친다는 점, 도주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차량으로 바꿔 탄다는 점, 도중에 영화관이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는 점 등이 본 소설에서 오마주로 채용되었다. 두 주인공이 ‘내가 선더볼트고 네가 라이트풋이지’ ‘무슨 소리야 라이트풋은 너잖아’라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몇 번 반복되는데, 영화평론가 몬마 유스케는 이 장면을 근거로 ‘히어로를 동경하긴 했으나 결국 히어로는 될 수 없었던 라이트풋들의 이야기’라고 평하기도 했다.

ps4. 본 소설 극중의 세계는 현대 일본과 큰 차이가 없으나 무라카미 병이라는 괴질 때문에 전국이 공포에 떨었고 십 수 년 동안 대대적인 예방접종이 행해졌다는 점, 그리고 현실에서 방영된 것과는 다른 전대 히어로 프로그램이 존재했다는 점이 다르다. (현실의 1995년은 『초력전대 오렌쟈』가 방영되었던 시기로, 물론 방영중단 같은 일도 없었다. 다만 시리즈 20주년 기념작이었던 것은 같다.) 전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여파로 상당 기간 고생을 겪었던 한국 독자들에게도 동병상련의 느낌을 줄 법하다. 다만 극중의 무라카미 병은 이야기의 행방을 좌우하는 2중 3중의 트릭이 숨겨져 있고, 일본과 미국을 거의 킹왕짱 비밀결사 수준으로 묘사하는 음모론까지 세트로 곁들여진 터라 현실의 괴질 소동과는 문제가 약간 다르다.

ps5. 일본에서 원서를 출판한 분게이슌주(문예춘추)에서는 본 작품의 특설 사이트를 운영 중인데, 작가들의 인터뷰나 평론가들의 크로스 리뷰, 홍보영상 등을 열람할 수 있다. (http://hon.bunshun.jp/sp/ctb) 대략적인 집필 과정이나 중요한 소재에 대한 소소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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